도대체 고객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연결된 고객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들릴 듯 말 듯 남기고 5초 동안 아무 말도 없는 상태이다. 내가 너무 영화와 추리소설을 많이 본 것일까? 그 5초 동안 5시간이 지난 듯이 너무 초조 하였다.
“반갑습니다 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여보세요~ 저기요~”
" 아~네~~고객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아네~저기 저희 어머니가 길을 잃으셔서요. 그래서 전화 드렸어요~ "
" 아~네~~고객님, 어머님께서 길을 잃으셨다고요?”
“네. 길을 잃으셔서요”
얼마나 다급하고 급한 상황이었으면 긴급 구조를 위한 119가 아닌 삼성화재에 전화를 한 것일까? 혹시 정말로 전화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는 고객이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한 곳이 삼성화재 콜센터이여서 재 통화를 누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전화가 연결된 것일까? 미국 여배우 중 할리베리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인 ‘더 콜’이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르며 119상담사가 연결된 고객이 범죄자의 표적이 되어 납치가 된 상황이어서 한 소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화가 끊겨도 끊어도 들켜서도 안 되는 긴박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 스릴러 영화가 그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 갔다.
“아~고객님, 어머님께서 길을 잃으셨다면 저희가 따로 도와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할 듯 한데요. 죄송하지만 어디서 길을 잃으셨나요?”
난 이제 어느 조직으로 연결을 도와 드려야 한단 말인가? 애니카 고장출동도 아니고 보상팀도 아닌데 난감한 상황에 입이 바짝 바짝 타올랐다.
“아~~어디서 길을 잃으셨는지는 모르는데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전화 끊지 말고요!”
“아~네~~고객님, 기다리겠습니다.”
연결된 고객이 기다려 달라는 적은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생각과 고객이 요청하는 내용에 대해서 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을 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는 전화는 처음인 듯 싶었다. 정말 한 방울 한 방울이 떨어지는 낙수물이 돌을 뚫듯이 한 개의 물방울은 보잘것없이 미미한 것이지만 그 물방울이 모여서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루게 된다고 하는데 지금 연결된 이 소중한 한콜도 내가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알고 있고 항상 교육을 받아온 내용이기에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것인지 정신을 오히려 바싹 차려야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이였다.
“여보세요?”
“아.네! 고객님! 이제 크게 말씀 가능하신가요?
“아. 네. 전화통화를 크게 할 상황이 아니라서 목소리를 작게 말해서 죄송하네요.”
“아닙니다 고객님~”
“ 아. 저희 어머니가 키를 잃어 버리셔서 전화 드렸는데, 지금 어머니는 사찰에서 기도 중에 저 보고 전화 하라 하셔서 급히 전화하는 통에 크게 말씀을 못 드렸네요..하하하..오히려 상담사님이 놀란 것 같은데 급한 것은 아니 구요 하하하..”
“아. 고객님 제가 말씀을 잘못 전해 들어 죄송합니다. 말씀하신 부분 죄송하게도 담당부서가 별도로 있어 연결 도와드려도 될까요? "
“ 아. 그럼요 상담사님 많이 놀라지 않으셨죠? 연결해 주세요~”
“ 아 아닙니다 지금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혹여 라도 전화가 끊길 시 추후에는 지금처럼 콜 센터 전화하셔서ars 2 번 눌러 주시면 됩니다. 연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일반적으로 전화가 인입되어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 하였다면 애니카 긴급 출동 서비스 조직으로 연결하는 것으로 짧게 끊날 수 있었던 전화 한 통이었지만 나만의 스릴러 영화 한편을 만들고 애니카 긴급출동 서비스로 연결하였다. 아무 일도 아니라 하시고 정말 내가 상상하였던 일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하루에 평균 100통화로 고객들을 만나지만 나의 음성과 고객의 음성으로만 내용을 인지하고 상담을 이어나가는 와중에서 오늘은 정말 고객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간절히 느꼈다.
그와는 반대로 불만이 있는 고객에겐 요청내용에 대해서 불가 안내를 하게 되는 상황에서 진심으로 정말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오늘은 고객의 마음을 보고 도움을 드릴 수 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전화 통화를 하다 보니 정말 역지사지란 말이 저절로 나왔다 역지사지란 말처럼 내가 고객의 처지에서 놓였다 생각을 하고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본다면 고객과의 소통이 좀더 원활해지고 부드러워 질것이다.
하루 하루 매번 통화상으로 다양한 고객을 만나다 보면 목소리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연령도 다르고 상담 내용도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한 콜 한 콜 집중하게 되고 긴장도 하게 되는데 고객에게 내 마음을 보여준다는 심정으로 상담을 한다면 언젠가는 고객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언젠가 상담 중에 연금에 대한 이율을 안내해 드리다가 어찌 보면 무겁고 예민한 상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하된 이율에 대한 설명을 하는 내 얼굴이 화상 통화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한 고객이 있었다.
사실 나 역시 연금의 이율이 변동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 건 알지만 내 입장이어도 당연히 속상할 것을 알기에 나의 입장에 견준 마음도 녹아 들었다 고객이 안내장을 보고 인하된 이율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담사에게 확인을 해보고자 한 것이고 “너무 나 대신 속상해하지 않아도 된다”하시더니 본인이 예술대학에서 소리와 관련된 강의를 하는 직업상,“지금 상담사의 목소리를 통해 충분히 안타까워하는 표정도 마음도 알겠다. 마치 상담사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며 마지막에는 밝은 웃음으로 전화를 마친 적이 있었다. 그래 어쩌면 내 마음이 들릴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전화통화만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전하는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하다 보니 한 상담이 끝나고 다른 고객을 맞이 하였을 땐 또 다시 반갑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일반 상품 상담사이기 때문에 상담하는 내용이 국한되어 있어서 많은 것을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선배분들의 여러 콜경험에 대한 말을 듣다 보면 보상 상담을 하다가도 고객과의 마음의 소통으로 같이 울게도 되고 같이 속상하게도 되는 상담이 많다고 종종 들었다.
그 때의 나는 또 어떤 마음을 듣고 있을까? 어쩔 때는 날이 서기도 하고 차가운 말이어도 그 안엔 따듯한 마음을 읽고 따뜻한 말을 전할 수 있도록 난 오늘도 마음을 들으려 한다.
-삼성화재서비스 인천상품4팀 이채미상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