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2045
작성일
2016.11.14
수정일
2016.11.16
작성자
윤진아
조회수
616

손사 상담 중 마주친 전화기 너머의 가족에게 드리는 감사

손사 상담 중 마주친 전화기 너머의 가족에게 드리는 감사 첨부 이미지


삼성화재서비스는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다니게 된 제 첫 직장입니다. 2011년 힘차게 출발한 삼성화재서비스 대구센터에 보상1기로 먼저 입사하여 다니고 있던 친구의 권유로 하릴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던 공무원 공부를 그만두고 보상2기로 면접을 보게 되었어요.


평소 자주 듣던 오렌지 마멀레이드의 가사마냥 하고픈 일도 없었고 되고픈 것도 없었고 별다른 욕심도 남다른 포부도 없던 제게 무언가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건 퍽이나 겁나는 일이었고 그만큼 설레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그 설렘의 커다란 부분에는 비록 전화선이 가운데 놓여있지만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는 이유가 컸을 거예요. 자동차사고로 당황하는 고객을 도와 접수를 하는 일도 차 안에 강아지가 탄 채로 문이 잠겨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고객을 안심시키고 가장 빠른 시간 안에 출동서비스를 요청하는 일도 비록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도움을 받은 고객의 안도와 고마움이 희미하게나마 제게도 전달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과 보람을 주었는지 모릅니다.


직장생활이 처음이라 사람을 대하는 것도 고객을 대하는 것도 서투르긴 했지만 조금씩 익숙해져 가고 있을 때 상품으로 업무전환을 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새로운 도전이나 적응이 쉽지 않은 저로서는 여기까지도 빠듯하게 달려온 것 같은데 이전보다 훨씬 길고 어려운 트랙을 새롭게 주고 지금보다 더 빠르게 달리라니....


상품 상담은 보상상담을 할 때에도 어렵고 넓고 깊은 세계라 생각해왔었는데 당장 내 업무가 되었다는 게 너무 막막하고 겁이 났습니다. 일은 좀 모자라도 공감 하나는 퍽 잘 한다고 고객의 마음은 쓰다듬어줄 수 있다 자신했던 마음도 조금씩 흩어지고 아침이면 다시 눈 뜨기 싫어지는 날들이 계속되었습니다. 고객을 도와줄 수 있어 기뻤던 마음보다 상담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지면서 무기력해지고 힘든 날들이 다가왔습니다. 잦은 실수와 오안내로 오히려 고객에게 더 불편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자괴감도 들었습니다. 별별 생각이 교차하던 저에게 손사 스킬업 교육은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에서의 목표를 재정비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경험이 부족해 상품 상담 때에도 어려움을 느꼈기에 더욱 더 생소할 손사에 대해서는 교육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알고 가고자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의료비나 진단비나 왜 그렇게 어려운지... 급여에 비급여에 공제금액에 치과에 항문질환에 의료비 청구는커녕 병원을 가는 일조차 잦지 않던 제겐 정말 미지의 세계였어요.


아직도 처음으로 손사 상담을 진행 했을 때의 두근거림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손에 식은 땀이 절로 나고 분명히 눈은 화면을 보고 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만 같고… 혹시나 부담보를 못 보진 않을까, 담보 기준을 오안내 하진 않을까 매일 가파른 산을 오르면서 까마득한 발 밑만 확인하기를 반복하는 듯한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습니다.


  어느날 저희 어머니 또래의 고객님이 배우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데 혹시 치조골 이식수술도 보장이 가능한지 확인을 요청하셨습니다. 다행히 실손 의료비 담보가 있어 비급여 항목은 해당되지 않더라도 급여에 한해서는 접수 가능하기에 기본적인 기준을 상세히 안내 드리던 중 고객님이 한숨을 내쉬며 치조골 이식 수술도 수술이다 보니 배우자가 겁을 많이 먹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겁이 많은 양반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시는 고객님도 마음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아 보이셨고요. 순간 저희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만약 수술을 앞둔 아버지께서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이신다면. 어머니와 나는 어떤 기분일까. 순간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이식수술" 그 어마어마한 단어엔 당연히 겁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최대한 고객님을 안심시켜 드렸습니다.


"치조골 이식수술은 이식수술이라 하더라도 어렵거나 위험한 수술은 아닙니다. 임플란트 시술을 위해 시술 전 진행하는 수술로 저도 의사가 아니다 보니 정확히 안내드리긴 어렵지만 제가 알기론 임플란트를 시술 할 만큼 튼튼한 뿌리뼈가 남아있지 않을 때 진행하는 수술이니 너무 걱정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 설명을 들은 고객님은 선생님에게 잘 물어봤다며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수술명에 걱정이 컸는데 덕분에 안심했다며 정말 좋아하셨습니다. 연신 오늘 여러 가지 배웠다며 더운데 건강 조심하라고, 친절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콜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제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 편, 오로지 오안내나 오처리 없는 상담에만 집중하던 지금까지의 시간이 부끄러워 졌습니다.


물론 오안내, 오처리 없는 상담을 위한 노력 또한 고객을 위한 일임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것이 정말 고객을 위한 노력이었나. 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노력을 하지는 않았나… 큰 걱정이 해소되어 행복한 고객의 웃음소리 앞에서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전화선 너머의 고객들은 저에게 단순한 고객이 아닌 부모님, 남동생, 친구들, 동창생, 이웃주민입니다. 때로 조금 급한 성격의 고객을 만날 때는 유난히 성격이 급하셔서 식사하실 때면 물에 말은 밥을 한 술에 넘기시던 외할아버지 생각이 나고, 요청대로 처리되지 않는 업무에 화가 많이 난 고객을 만날 때는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들 모두의 친절한 예지씨가 되기 위해 오늘도 귀 기울입니다.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이고 분명 다시 넘어지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고객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다시 한 번 제게 일어날 힘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삼성화재서비스 대구센터 상품5팀 장예지 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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